2017년 7월 19일
드디어 투어의 마지막날. 도시로 돌아가려니 아쉬워서 게르에서 더 밍기적 거리다가 일어난다.
"울란바토르가면 따뜻한 물에 샤워할 수 있겠다!"
그렇다. 다시 돌아가는게 아쉽기도 하지만, 샤워도 하고싶고 빨래도 해야하고 이제 좀 다른 음식을 먹고 싶기도 해서 좋기도 하다. 마지막 날도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아침은 차 한잔으로 시작해서 빵으로 식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짐을 싸서 차에 차곡차곡 쌓아 넣고, 우리끼리 처음이자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침을 여는 차 한잔!
놔두고 가는 것 없지?
마지막으로 푸르공 운전석 한번 앉아본다.
너무나 단체사진 같은 단체사진
그래도 돌아가려니 아쉽다.
이제 비포장도로도 조금만 달리니 끝이다. 울란바토르로 가는 길은 깔끔한 고속도로. 점심은 고속도로 중간에 있는 휴게소 같은 식당에서 먹었다. 바스카가 해준 밥이 아니라 아쉬운 생각이 들었는데, 바스카가 해준 밥보다 맛있어서 아쉬움이 사라졌다. (미안, 바스카..)
휴게소 식당. 맛이 괜찮더라.
밥 먹고도 한참을 더 갔다. 한참을 더 가니 여태껏 느끼지 못한 대도시의 기운이 멀리서 느껴진다. 차들도 많고 건물도 많이 보이고. 드디어 울란바토르 도착. 비가 와서 길도 엉망이고 거기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졌는지 길이 엄청 막힌다. 역시 칭기스칸의 후손답게 자동차를 아주 말처럼 거칠게 몰아 약간의 빈틈만 보이면 강력하게 파고든다. 운전 험하게 하는 곳이 많다고 하지만 울란바토르는 내가 본 동네 중 최고인 것 같다. 간바도 비포장도로에 다른 차가 없을 때는 몰랐는데, 시내에서는 이런 뻑뻑한 4륜봉고차를 125cc 오토바이처럼 가볍게 운전한다.
Finally,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짐을 내리고, 우리 투어팀도 해산했다. 드디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니 뽀송뽀송 기분이 좋다.
투어 중에 말타기랑 마못고기 비용을 제롬이 빌려줘서, 우리가 이 친구들에게 저녁을 사주기로 했다. 울란바토르 시내에 있는 'The Bull'이라는 샤브샤브집인데 말고기를 샤브샤브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생각보다 고급식당 느낌이었다. 깨끗하고 맛도 좋았는데, 제법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인당 만원 정도 밖에 안나와서 조금 놀랐다.
"나 이런거 안먹어 봤는데, 어떻게 먹어?"
"아 그래? 젓가락질은 할 줄 알아?"
약간 어설프긴한데, 우리보다 젓가락질을 더 정석으로 잘 한다. 샤브샤브 먹는 법을 알려주니 신기해 하면서 잘 먹는다. 혹시 잘 못먹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맛있게 드세요~
몽골은 고기가 저렴하다!
저녁 먹고 슈퍼에서 맥주를 사와서 한잔했다. S군도 뒤늦게 조인. 그 동안 게르에서 꾀죄죄하게 뜨뜨미지근한 보드카만 먹다가, 울란바토르에서 뽀송뽀송하게 시원한 맥주를 마시니 기분이 새롭다.
제롬은 슈퍼에서 나의 조언을 무시하고 한국 HITE 맥주를 골랐는데 역시나 맛이 없는 표정으로 나에게 묻는다.
"이 캔에 적혀있는 DRINKABILITY는 도대체 무슨 말이야?!"
아... 목넘김이 좋다는 뜻인가? 역시 한국맥주는 뭘 좀 타줘야 하나보다.
"몰라 임마"
보드카를 섞어서 소맥처럼 만들어 줬다. 사온 맥주도 다 마시고, 남은 보드카도 다 비우고 나니 조금 더 사올껄 하는 생각이 든다. 간바와 바스카가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어쨋든 2주여행의 뒷풀이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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