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7일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무덤이라는 진시황릉. 오늘 가는 곳은 우리가 진시황릉하면 떠올리는 병마용갱이다. (그래 뭐 이런 것 보는 곳이다)


날씨가 너무나 덥기 때문에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섰다. 시안역 광장 옆에서 306번을 타면 병마용까지 간다. 흰색버스 파란색버스 두가지가 있는데 파란색이 사설이라고 한다. 둘다 306번 달아놓고 가격도 같고 가는 곳도 같아서 별차이야 있겠나마는 파란색 버스에서 이상하게 호객을 하길래 그냥 흰색버스를 탔는데 버스 내부도 깨끗하고 잘 탄 것 같다. 시안역에서 병마용까지 꽤나 멀어서 한시간 정도 걸리는데 차비는 7위안 밖에 하지 않는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베리굿)


병마용갱 가는 버스


에어컨도 빵빵


역시 중국 주요 관광지답게 병마용 입구는 아주 크고 아름답게 지어 놓았고 아침부터 사람도 많다. 여긴 입장료도 150위안이나 하는데 학생할인을 시도해봤지만 여긴 학생할인 자체가 없었다. 크아 배짱 장사구만. 아침에 숙소에서 나올 때 사온 복숭아를 아침으로 먹었는데, 아 이건 진짜 너무너무너무 맛있다. 중국 복숭아가 원래 이렇게 맛있으니까 손오공이 반도원에서 서왕모 복숭아를 훔쳐 먹는 이야기도 나오고 그랬나보다. 여름철 시안에 간다면 복숭아를 사먹으세요.




표를 사고 입장을 하면 바로 갱도가 보이는건 아니고 꽤나 걸어들어가야 했다. 아직 9시 정도 밖에 안되었는데도 후덥지근한 날씨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사람들 따라 걷다보니 작은 광장이 나오고 그 곳을 중심으로 1~3번 갱도와 박물관이 있었다. 박물관부터 먼저 보고 나왔는데 그냥 so-so. 그리고는 1번 갱도를 마지막에 보는 것이 좋다는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2번 갱도를 먼저 들어갔다.



생각보다 갱도의 규모가 컸다.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인 곳을 내려볼 수 있었는데 입으로는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지만 내심 조금 실망을 하기도 했다. 많이 넘어지고 부서져서 내가 생각했던 병마용과는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갱도 한편에 작품 몇점을 전시해놓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정교하고 크기도 꽤 커서 제법 인상적이었다.


2번 갱도


대부분 이런 상태다


생각보다 크고 정교하다


2번 갱도를 나오면 바로 3번 갱도가 이어지는데 3개 갱도 중 규모가 가장 작지만 2번 갱도보다 흙인형들의 상태가 좋아서 볼만 했다. 아쉽게도 대부분 작품이 머리 없이 몸통만 남아서 '내가 아는 그 병마용은 합성 같은건가' 하는 의심과 아쉬움이 들었다.


3번 갱도의 병마용


3번 갱도에서 나오면 1번 갱도 후문(?)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 이게 내가 아는 그 병마용이네"


이것이 1번 갱도!


여기는 갱도 사이즈부터 장난이 아니다. 무슨 비행기 격납고 같은 곳에 병마용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하나하나 크고 정교해서 진짜 장관이다. 그리고 사람도 무쟈게 많다.


사람들 ㄷㄷ


우리가 진시황릉하면 이 병마용갱을 떠올리는데 진짜 진시황릉은 병마용에서 수 km 떨어져 있다. 거꾸로 말하자면 병마용갱은 진시황릉 주변에 있는 구덩이. 진시황릉은 병마용 입구에서 무료셔틀버스를 타고 갈 수 있어서 우리도 병마용 관람을 마치고 진시황릉을 갔다. 셔틀버스에서 내려서 아침에 걸었던 것처럼 꽤 걸어 들어가야했는데, 가는 길에 그늘이라고는 없고 시간도 1시쯤이라 정말 몸이 녹아 내리는 줄 알았다. 진시황릉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따라 걷는데 도착한 곳은 바로 여기. 저 언덕이 바로 진시황릉이란다. 처음 무덤을 만들었을 때는 더 높았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며 낮아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뒷동산 언덕 보는 것 마냥 큰 감흥은 없는데 비해 여름철 땡볕에 걷는건 너무 고생이라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 진시황릉은 아직 발굴 작업 같은 것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그 이유는 후손들을 위해서 발굴 기술이 완벽해질 때까지 무리하게 발굴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계획 때문이라고 한다. 훗날 발굴이 시작된다면 어떤 놀라운 것들이 출토될지 기대가 된다.


저기 뒤에 언덕이 바로 진시황릉이다.


병마용 입구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다시 시안으로 돌아왔다. 진시황릉까지 다녀오느라 그야말로 녹초가 되었다.


숙소에서 쉬다가 숙소 직원의 추천으로 '세자매 만두'에 가봤다. 일단 오긴했는데 맛있을지 잘 몰라서 만두 한접시면 시켰다가 먹어보니 진짜 꿀맛. 닭고기 요리에 만두 한접시 추가하고 맥주도 한잔 했다. 완전 추천.



고수 못먹는 사람은 비추


비가 쏟아져서 잠시 발이 묶였다가, 비가 잠잠해졌을때 냉큼 복숭아 한 봉지 사서 들어왔다. 


비오는 저녁, 종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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