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일


허경영이 우리 민족의 보물이 잠겨있다고 했던 바이칼호. (물론 개소리다.) 거기서 제일 큰 섬이자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인 알혼섬으로 간다. 이르쿠츠크가 제일 가까운 도시인데 그래도 6시간은 가야한단다. 즉 아침에 출발해야 해가 떠있을 때 도착한다는 소리.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짐을 싸고 나갈 채비를 한다.


숙소에서 같이 사는 고양이랑 놀다가 나간다.



숙소에서 우리를 픽업한 봉고차는 다른 곳에서도 픽업을 하고는 숙소에서 가까운 레닌동상 근처에 내려준다. 알혼섬 가는 미니버스들이 여기서 모이는 모양이다. 우리는 제법 좋아보이는 미니버스로 갈아 타고 차는 이르쿠츠크를 빠르게 벗어난다.


많은 미니버스들이 알혼섬으로 간다.



알혼섬 가는 길의 풍경



꽤 오래 달리니 멀리 파란 물이 보인다. 저 곳이 '바이칼호'인가보다. 담수량으로 세계 1위 (면적으로는 7위) 규모인데 이미 바다처럼 보여서 얼마나 큰지 감이 안온다. 남미에서 티티카카호에 갔을 때도 바다같다고 생각했는데 사이즈가 비교가 안된다.




알혼섬은 사람과 자동차 같이 배를 타고 들어간다. 시간이 안맞으면 배도 한참 기다려야된다고 하던데, 우리는 타이밍이 좋았는지 도착하고 얼마 안기다리고 바로 배에 탔다.




알혼섬에는 포장도로가 없었다. 알혼섬 자체도 워낙 큰데 - 제주도의 40% 정도 - 비포장도로를 한참동안 덜컹거리며 가기 때문에 섬안에서 가는 시간도 꽤 오래걸린다. 흙먼지를 날리며 후지르마을에 도착하면 기사아저씨가 또 숙소 앞까지 다 내려준다. 지도를 보면 숙소가 한 두개가 아닌데도 숙소 이름만 말해주면 대충 다 아는 모양이다.


섬으로 들어왔다.



숙소에 짐을 풀고 후지르 마을 주변을 걸어본다. 여기 오면 식당도 없어서 숙소에서 밥을 사먹어야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마을에는 포장도로 빼고는 웬만한 것 (숙소, 여행사, 슈퍼, 식당 등등)은 다 있었다. 출출해서 일단 식당부터 들어가서 바이칼호에서 잡히는 오물이라는 생선을 시켜보았다. 연어나 송어하고 비슷한 종류라던데 맛은 담백했다, 조금 심심했나?


후지르 마을 슈퍼 가는 길


오물 요리.





여행사에 가니 러시아 특유의 느낌으로 불친절한데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직원이 있다. 


"안녕하세요." 


힐끗 쳐다보고는 대답을 안한다.


"투어 신청하고 싶은데, 무슨 투어있는지 설명 좀 해주세요."


귀찮은 듯이 한숨을 푹 쉬고 일어서서 우리를 벽에 붙은 지도로 끌고 간다.

지도를 보여주며 차로 가는 투어 세가지, 보트타고 가는 투어 두가지를 루트를 그려주며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럴꺼면 그냥 처음부터 친절하게 해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호보이곶 까지 섬 북부를 차로 둘러보고 오는 투어를 신청했다. 겨울에는 보트타고 가는 투어가 얼어붙은 호수바닥을 차로 둘러볼 수 있다고 하던데 하는 내내 춥고 무서워서 덜덜 떨듯하다.


투어 리스트



호수 쪽으로 걸어가보면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기둥 ('세게르'라고 한다.)이 보이고 그 너머로 부르한 바위가 보인다. 사람들이 소원을 얼마나 많이 빌었는지 천이 많이도 감겨있다.




언덕너머 부르한 바위가 보인다. 칭기스칸의 무덤이 이 바위에 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해서 무덤을 찾으러 한번 내려 가본다. 무덤은 찾기는 실패하고, 호수에 발이나 한번 담궈본다. 

바이칼호의 물은 깨끗한 걸로 유명해서 바이칼 생수도 많고 보드카도 있는데, 정작 섬에 들어오는 곳이나 부르한바위 주변을 보면 물이 그렇게 깨끗한지 잘 모르겠다. 심지어 부르한바위 주변은 녹조도 제법 깔려있다. 최근 몇년 동안 알혼섬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섬 주변이 이전보다 많이 오염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걸 보고 들으면 여행에 대해서 생각도 다시하게 되고, 행동도 더 조심히 하게 된다. 


부르한바위. 칭기스칸 무덤이 있단다.


무덤 찾기는 실패



언덕 반대쪽에는 사람들이 바닷가 온 것 처럼 물놀이도하고 일광욕도 하는데 추워서 엄두가 안생긴다. 사진을 보면 나도 반팔티를 입고 있어 더워보이지만, 바람이 차가워서 가방에 들어있던 목스카프를 하고 있다. 여름이긴한데 여긴 시베리아다. 수영하는 러시아 아저씨들 대단하다.


어디 바닷가 온 것 같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니 더 추워져서 얼른 숙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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