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6일
어제는 날씨가 조금 우중충했는데 오늘은 날씨가 매우 맑음이다. 엄청나게 쨍쨍하다.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니 북한쪽 거의 다 지났고 블라디보스톡에 제법 가깝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배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갑판에 나와서 바람을 쐰다. 오늘은 도착하는 날이라 그런지 술마시고 있는 사람이 안보인다.
아, 이제 언제 내리나..하는 생각이 들 무렵 멀리 도시가 보인다. 저기가 블라디보스토크구나. 블라디(=지배자), 보스톡(=동방). 동방의 지배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괜히 우중충한 항구도시를 생각했었는데, 아주 멀끔해보인다. '극동의 샌프란시스코'라 카던데, 샌프란시스코는 안가봤지만 도시 지형이나 구조가 비슷하다고 한다. 하룻밤만 자고 이동할 예정인데 러시아 여행은 처음이라 어떨지 얼른 가보고 싶은 마음이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의 도선사가 작은 보트를 타고 우리 배로 넘어왔다. 배가 부두에 붙고 곧 내리나 했는데, 한참을 기다렸다. 언제 내리나 기다리며 아줌마 아저씨들 얘기를 듣는데, 한국에서 농사짓다가 블라디보스토크로 와서 고랭지 배추를 엄청난 규모로 하는 아저씨 얘기가 흥미로웠다. 날씨가 시원해서 배추가 엄청 잘된다고 한다. 그리고 수확한 배추는 러시아에도 팔고 한국으로도 팔고 일본으로도 판다고 하신다. 잠깐이었지만 농사에 관심이 생긴다.
오전에 배는 멈춰 섰는데 오후 두시가 넘어서야 배에서 내린다. 드디어 땅을 밟는구만!
간단하게 입국심사 통과하고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숙소까지는 길도 눈에 익힐 겸 걸어간다. 비행기타고 두시간 정도만 가면 유럽이라는 광고를 본 것 같은데, 거리 풍경이 어디 모스크바에서 본 것 같다. 덩치 좋은 러시아 아줌마아저씨들도 많고.
이건 이부인과 나의 공통된 의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안하게 외국같지 않고 부산역 앞에 온 느낌이 든다. 길거리에 동아시아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아직 마음이 한국에 있나?
일단 숙소에 짐을 풀고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혁명전사광장 근처에 볼거리들이 모여있다고 해서 일단 광장으로 나가보았다. 주말에는 시장도 열린다고 하는데, 오늘은 조용하다. 사람들이 비둘기 밥을 주며 쉬고 있다.
다른 곳은 내일 가도 오늘은 독수리전망대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다. 케이블카(사실은 퓨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면 금각교와 블라디보스토크 시내가 다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광장도 대충 눈도장만 찍고 가는 길의 공원도 대충 지나왔는데 퓨니쿨라 타는 건물 문이 닫혀있다. 근처에 있는 아저씨에게로 갔다.
"아저씨 저기 문닫았어요?" 하고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위에 어떻게 가요?" 하고 또 물어보니 손가락이 건물 옆쪽을 가르킨다.
퓨니쿨라 옆을 따라 나있는 가파른 계단이 있어서 그 길을 올라가본다. 예상치 못한 계단 오르기에 땀이 뻘뻘난다.
문닫았다.
위에 올라가서 시내를 바라보니 바람도 불고 풍경도 좋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이렇게 생겼구나. '극동의 샌프란시스코'라고 불러줘도 될 것 같다. 케이블카쪽으로 갈때는 광장을 지나 바닷가 가까운 쪽 길로 걸어갔는데, 내려갈때는 바닷가에서 먼쪽길로 갔더니 걷기가 훨씬 좋다. 급경사 계단을 안올라도 되고 완만하게 풍경을 즐기면서 천천히 걸을 수 있다.
아침에 배에서 먹은 밥 말고는 먹은게 없어서 배가 고파졌다. 근데 뭘 먹어야할지 잘 모르겠다. 팬케이크 비슷한거는 내일 아침에 먹기로 했고, 러시아에 오면 길거리에 샤슬릭 가게가 널려있을 줄 알았는데 보이질 않는다. 숙소 주변을 한참 헤매다가 러시아식 만두집을 갔다. 만두 두접시랑 보르쉬 하나를 시켜먹는데 맛이 괜찮다. 보르쉬는 국물이 뻘건색이라 토마토 국물일줄 알았는데 빨간 무의 색깔이었다. 고기국물이라 육개장 비슷한 맛도 나고.
배고프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복귀하니 오늘 뭐 한 것도 없는데 무쟈게 피곤하다. 여독을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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