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7일
오늘은 저녁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다. 그래서 어제 못다한 블라디보스토크 구경도 하고, 기차탈 준비도 하기로 했다.
아침에 숙소 근처에 있는 'Uh Ty Blin'이라는 식당을 갔다. 러시아식 팬케익을 파는 집인데 꽤 유명한 집이란다. 들어가보니 한국어 메뉴판도 있고,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한국사람들 여기서 다 모이는 줄. 7~80%는 한국 관광객 테이블이다. 가격도 저렴한 편인데, 먹어보니 맛도 괜찮다. 역시 먹을만하니 한국사람들이 몰린다. 근처에 부산치킨도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오전에는 문을 닫았던 것 같다.
내부는 거의 한식당의 비율
기차표는 RZD 사이트에서 미리 예매를 하고 티켓을 프린트해갔는데, 기차역에 가서 보여주니 오리지날 기차표로 바꿔준다. eticket 보여주고 탈 수도 있다고 한 것 같은데 그래도 나는 이런 빳빳한 티켓이 더 좋다. 오.. 우리 드디어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는가 보다. 기차표에 나와있는 시간은 전부 다 모스크바 시간 기준이다. 즉, 표에 보이는 12시 10분이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19시 10분에 기차가 출발한다. 이거 헷갈리게 왜 이러나 했는데, 러시아에만 11개 Time Zone이 있고 기차타고 가면서도 시간대가 계속 바뀌니 저렇게 하는게 오히려 덜 헷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대충 둘러보다 말았던 시내를 다시 구경나가 본다.
러시아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다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꼭 승전기념일이 아니라 평소에도 사람들은 이 곳에서 2차 세계대전 때 참전한 군인들의 넋을 기린다. 특별한 날이 아님에도 헌화된 꽃들이 많다. 이 곳 사람들에게는 2차 세계대전과 참전용사에 더 큰 의미가 있는 듯 하다.
바로 앞에 있는 잠수함 박물관도 한번 가봤다. 이 S-56 잠수함이 2차 세계대전에서 군함 14척을 가라앉혔다고 한다. 앞쪽 전시물은 영어 설명이 없어서 조금 아쉽지만 뒷 부분은 S-56 잠수함의 내부를 구경할 수 있게 되어있다.
뭐 보이는 것은 없었다.
잠수함 박물관 근처에 정박되어 있는 군함들도 볼만하다. 러시아 아줌마가 군함 앞에 있는 이 동상이 누구인지 설명해주시는데 아쉽게도 알아먹을 수가 없다. 이름이 샤샤이고, 소설가인가? 인것 말고는... 아줌마도 얼마나 답답했을까.
블라디보스토크 곳곳에 이렇게 생긴 커피전문점이 있다. 가게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나는 그냥 소련벅스라고 불렀다. 가격도 싸고 맛도 괜찮다. 카페라떼가 맛있다. 아 그런데, 와이파이는 없었던 것 같다. 커피한잔하고 해양공원도 둘러봤는데 별로 볼 것은 없다.
우리는 이르쿠츠크까지 3박4일 동안 기차를 탈 예정인데, 사람들이 기차타기 전에 먹을 것들을 한보따리 사서 가는게 좋다고 해서 장을 봤다. 시장에 가니 체리가 싸다. 납작하게 생긴 털복숭아도 샀다. 아줌마가 복숭아는 우즈벡에서 온 거라고 맛있다고 한다. 우즈벡에서 과일이 많이 들어오는 모양이다. (정작 복숭아는 기차 타기도 전에 다 먹어버렸다.)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제일 크다는 클로버하우스라는 슈퍼에 가서 보드카 작은것, 음료수, 컵라면(러시아에서는 도시락이다.) 등을 샀다. 기차안이나 중간 중간에 살 곳이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조금씩만 샀다.
장을 보고는 숙소에 와서 짐을 찾아서 기차역으로 출발한다. 가는 길이 아까 티켓받으러 와서 익숙하다. 기차역 앞에 핫도그랑 케밥 같은 것들을 팔아서 그 것으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역 내부를 둘러본다. 블라디보스토크역이랑 부산역은 자매결연이 되어있었다. 어제 그래서 부산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는지? 사실 부산역 앞에도 러시아사람들 많았던 것 같은데. 언젠가 자매결연 맺은 이 두 역이 철도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3박4일짜리 기차에 타려니 약간 긴장도 된다. 기차에 올라타고 자리를 확인하는데 주변에 사람도 별로 없고 그래서 이부인이랑 나랑 둘이 셀카찍고 놀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타면 옆자리 사람이랑 카드놀이도 하고 그런다 하더만 조금 심심한 느낌이다. 책도 읽고 창밖도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기차는 계속 가고 해가 졌다. 지도를 보니 어디 큰 역이 아닌데 젊은 사내놈들이 엄청나게 많이 탄다. 엄청나게 많이타서 우리 객차를 거의 장악해부렀다. 이거 좀 겁나기도하고 궁금하기도 한데, 잠시간의 침묵을 깨고 맞은편 자리 친구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우리는 이르쿠츠크까지 가는데 너는 어디까지 가니?"
다행이 아래 사진의 왼쪽 군복입은 친구는 영어를 조금 할 수 있다. 얘기를 조금 했는데 이 친구들은 군대 전역하고 기차타고 다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이 친구들도 한국사람 둘이 자기들 칸에 타고 있으니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저 '야릭'이라는 친구는 3박4일 동안 통역사가 되었다.)
남자놈들만 있으니 빤쓰만 입고 와서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 인사라기 보다는 "오, 까레야! 까레야!" 뭐 이정도. - 음식도 같이 나눠먹는다. (이부인은 여자인데?) 빵 잘라 먹는데도 엄청 무섭게 생긴 군대칼을 쓴다. 한참 시끌벅적하다가도 잘시간이 되니 차장 아줌마가 불을 꺼버리고 다들 침대로 가서 조용히 잔다.
이런 친구들과 3박4일을 기차에서 보내게 되어서 심심하지 않게 이르쿠츠크까지 갈 것 같다.
블라디보스톡을 떠나며 혁명광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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