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1일
중국은 사드 문제로 비자가 안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비자도 여행사에 맡겨서 받았었다. 이부인은 작년에 받아놓은 1년짜리 비자가 아직 살아있었고. 다행이 입국심사도 별 문제없이 통과해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입국심사하던 놈이 우리 버스로 찾아왔다.
"거기 한국인 두명 다시 나와주세요."
"네? 왜요?"
"잠시 확인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는 우리를 다시 입국심사대 옆쪽에서 기다리게 하고 여권을 가져갔다. 기약도 없이 시간이 흐르는데 우리 버스 기사 아저씨가 그 공무원한테 빨리 해달라고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아마 우리 빼고 다들 버스에 탔나보다. 우리한테 무슨 말도 안해주고 계속 조금만 기다려라고 한다. 시간만 흐르는 와중에 기사아저씨가 나를 부른다.
"우리 버스 지금 출발해야하는데, 여기 뒤에 있는 보라색버스에 짐을 옮겨 놓으세요. 저거 타고 얼롄가면 돼요."
"저 버스랑 얘기된거에요?"
"네 저거 타고 얼롄으로 가면 되요"
한국말 할줄 아는 몽골 누님이 중간에서 도와줘서 저렇게 다 이야기를 하고 버스는 떠났다. 잠시 후에 우리는 여권을 받고 짐을 실어 놓은 버스에 올라탔다.
"누구세요? 내리세요. 버스 꽉 찼어요."
"네? 앞에 버스 아저씨가 이거 타라고 했는데..."
"난 들은 것 없어요."
이런 썩을 놈들이 지들 가야하니 환불안해주고, 거짓말하고, 우리를 버려놓고 가버렸다. 이런 무책임한 놈이 있나. 배고파서 힘도 없는데 너무 열 받는다.
사진만 봐도 짜증나는 국경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버스 자리가 없으면 옆에서 나오는 지프차를 잡아 타고 가야된다고 하는데 지프차들도 다들 자리가 없다고 그냥 가버린다. 몇 대를 그냥 그렇게 보내고 등장한 고물지프차. 손가락 두개를 펴니 타라고 한다. 차를 타보니 아주 예술이다. 운전석 말고는 의자도 없고, 룸미러도 없고, 기어봉 옆으로 땅바닥이 보인다. 이것도 20원이나 내고 울며겨자먹기로 탄다.
"러시아차가 최고야! 고장나도 고치기도 쉽고. 일본차 한국차보다 더 좋아!"
그래도 유쾌한 아저씨와 자리를 만들어주는 친구들이 정겹다.
얼롄터미널 도착
"베이징 가요?"
"다퉁가는데요?"
"이쪽으로 따라 오세요"
얼롄 버스터미널에 내리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표끊는걸 도와준다. 동네 사람들 전부다 저기 한국사람들 다퉁가는지 알게 될듯. 아줌마가 여기서 난닝가서 바로 다퉁가는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고 한다. 다퉁으로 바로 가는 버스는 하루 한대 아침 8시반에 출발해서 탈 수가 없었다. 난닝가는 버스표를 사고 나서야 터미널 구석 매점에서 빵쪼가리를 하나 사먹었다. 얼롄터미널에는 국수 같은거 파는 식당이 안보인다. 난닝가면 다퉁가는 버스타기전에 국수한그릇 먹어야겠다 다짐을 하고 난닝으로 출발했다.
버스는 마을 버스 정도 크기인데 자리도 좁고 불편하고 지저분하다. 버스가 중간에 들리는 도시가 많아서 늦는거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차장 아줌마가 자기가 다 연락해놨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한다. 진짜 난닝에 도착하자마자 국수는 커녕 코에 바람 넣을 시간도 없이 바로 다퉁가는 버스로 옮겨탔다.
난닝 터미널. 바쁘다 바빠.
중국이 크긴 큰지 갈아타고도 한참을 달려 깜깜해지고 나서야 다퉁에 도착했다. 멀리서 성벽이 보이고 거리에 간판이 번쩍번쩍 거리는게 중국에 왔구나 싶다. 택시타고 고성안에 있는 호스텔에 도착하자마자 소나기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를 못해서 호스텔 냉장고에 파는 콜라 부터 한잔 마시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다퉁고성 중심에 있는 고루
비가 그치고 도삭면을 먹으러 갔다. 오랜만에 느끼는 중국음식의 향기. 몽골의 음식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여러가지 조미료가 입속에서 불꽃놀이처럼 터지는게 반갑고 고수향도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 수제비 같은 느낌의 도삭면의 식감도 좋다.
소나기가 오고 골목이 물에 잠겼다.
도삭면!
썅차이 팍팍 뿌려!
현공사에 가보고 싶어서 다퉁으로 바로 왔는데 대중교통으로 가는게 영 불편한 모양이다. 호스텔에 묵는 다른 친구와 택시를 어랜지해서 현공사랑 운강석굴 두 곳을 다 보고 오기로 했다. 보통 넷이서 인당 100원으로 간다는데, 셋이라서 인당 120원에 가기로 했다. 내일 하루만에 현공사랑 운강석굴 둘 다 가면 다퉁에 더 안머물러도 될 것 같다.
어제 오후부터 시작한 이동이 드디어 끝났다. 너무나 피곤하지만, 중국여행이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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