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2일
아침 큰절하는 호스텔의 곰탱이
운강석굴은 비교적 가까워서 버스로도 쉽게 갈 수 있지만, 내가 가고 싶었던 현공사는 거리도 멀고 버스로는 몇 번 갈아타야 갈 수 있는 곳이라 어제 밤에 쉐어택시를 타는 것으로 호스텔 리셉션에 이야기를 해두었다. 아침에 택시기사 아저씨가 오기 전에 우리랑 같이 가게된 '제니'라는 영국친구를 만나서 인사를 했다. 그런데 이 친구는 택시가 어디로 가는지 얼마인지 전혀 아는게 없다. 자기는 운강석굴을 가고 싶은데 택시가 인당 120원이면 너무 비싼것 같다고 눈이 엄청 커진다. 아마 이 친구가 리셉션에 애매하게 말을 해놓고 그냥 들어가 자서 제대로 얘기가 안된 것 같다. 현공사까지 가서 택시비가 비싼데 가기 싫으면 리셉션에 얘기해라고 했더니 별말 없이 같이 따라 나선다.
드디어 출발! 기사 아저씨가 현공사 먼저 갔다가 운강석굴로 갑시다라고 했는데 제니의 강력한 주장으로 운강석굴을 먼저 가게 되었다. 아저씨는 말은 안통하지만 친절해다. 운강석굴에 가면 물이나 먹을 것이 비싸니 가기 전에 사라고 슈퍼에도 잠시 세워줬다.
물이랑 간식 조금 사고.
운강석굴에 도착했다. 아저씨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세시간 동안 돌아보고 택시로 잘 찾아 돌아오라고 한다. 차 안을 뒤적뒤적하더니 우산을 하나 꺼내준다.
"하늘을 보니 곧 비가 올 것 같어..."
운강석굴은 5세기 북위시대에 만들어 졌다고 한다. 석굴암 같은게 엄청 크고 다양하게 많은 느낌이다. 기사 아저씨가 무슨 세시간이나 주나 싶었는데 부처님이 많고 박물관도 있어 다 돌아보려니 정말 세시간 정도가 필요했다. 석굴 안쪽에 있는 큰 불상들은 사진 촬영을 못하게 하는데 얼굴에 도금이 된 불상은 크기도 엄청 커서 (17미터라고 한다) 역시 대륙의 스케일을 느끼게 해줬다.
벽에 조그만 것도 다 불상이다.
확대
길따라 계속 크고 작은 불상들이다.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우리 아저씨가 우산을 챙겨줘서 다행이긴 하지만 소나기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우산으로 감당이 안된다. 결국 옷도 젖고 신발도 다 젖어버렸다. 그래도 비 안올 때 구경을 거의 다 마쳐서 다행이다.
다들 석굴입구로 대피
이미 다 젖어부렀다.
약속시간에 맞춰 주차장에 가니 아저씨가 기다리고 계신다. 내 옷이 비에 반쯤 젖어 있는 걸 보고는 또 차 뒷자리를 뒤적뒤적 하신다.
"비 맞아서 추울텐데 입어."
벌써 점심 때가 되었다. 아저씨한테 아저씨 자주 가는 식당으로 가서 밥먹고 현공사로 가자고 했다. 도착한 곳은 도삭면집. 주문도 아저씨가 알아서 해줬다. 빈자리가 잘 안나는 걸보니 나름 동네 맛집인가보다. 어제 숙소 근처에서 먹은 도삭면 보다 맛이 묵직하고 걸죽한 느낌이다. 조금 짜서 물을 찾게 되는 맛이다. 우리 아저씨는 한손에는 생마늘을 쥐고 반찬 삼아 드신다. 덕분에 현공사 가는 길에 차 안에는 그윽한 마늘냄새가 가득했다. ㅠㅠ
아저씨 자켓. 쿵푸허슬 같다.
현공사까지는 다퉁 시내에서 40KM 정도로 시간이 꽤 걸리는 거리였다. 한참을 가니 헝산이 보이고 곧 현공사가 멀리 보인다. 절벽에 붙혀놓은 듯한 모습의 절이 아찔하다.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는 중국 아줌마가 무서워서 울면서 내려가던데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절벽에 딱 달라붙어있는 모습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야, 기가 막힌다!"
바위를 끌로 파내서 목재빔을 끼워넣어 건물을 세웠다고 한다. 그 공사를 시작한 것이 어언 491년, 5세기의 일이다. 이 곳은 석가모니(불교), 공자(유교), 노자(도교)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절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쏟아질 것 같다.
밑에서 보면
옆에서
덜덜덜덜
하루만에 택시를 타고 두 곳을 갔더니 택시비에 입장료에 지출이 크다. 중국 배낭여행은 입장료가 부담스럽다더니 피부로 느껴진다. 먼길을 돌아 다시 다퉁에 도착했다. 기차표를 끊어야 해서 기차역까지 대려달라고 하니 아저씨가 흔쾌히 들어준다. 핑야오로 가는 침대칸은 이미 매진되어 없고 잉쭤 (딱딱한 좌석) 자리만 남아 그걸로 샀다. 8시간 정도야 뭐 괜찮겠지하는 마음으로.
다퉁역
숙소로 돌아와서 비에 젖었다가 마른 몸을 씻고, 짐 정리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하룻밤만 자고 가는데 체크아웃하고 나서도 친절해서 참 좋다. (다퉁 브라보 호스텔)
양꼬치
길거리 양꼬치는 진짜 맛있었다. 우루무치에 가면 그렇게 맛있다던데 기대가 된다.
기차를 타고 핑야오로 출발. 잉쭤(딱딱한 좌석)는 타지말라는 사람도 있고 괜찮다는 사람도 있어서 걱정반 기대반이다. 혹시 누가 나에게 잉쭤가 어떻냐고 물어보면 나는 웬만하면 타지 말라고 하고 싶다.
기차타러 고고
잉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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