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8일
천천히 일어나니 밖에 빗소리가 들린다. 오전 11시반 쿤밍으로 가는 버스표를 끊어놔서 아침은 여유롭다. 어제 처음 먹어봤던 얼쓰면이 너무 맛있어서 아침에 또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갔던 집에 또 갈까 했는데 숙소 근처 다른 국수집도 괜찮아보여 그쪽으로 갔다. 쌀떡볶이를 면으로 먹는 느낌. 그런데 어제 저녁에 먹었던 그 집이 조금 더 맛있는 것 같긴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숙소에 와서 짐을 챙겨 나섰다.
숙소 옥상에서의 뷰
"이제 체크아웃 할게요."
"쿤밍간다고 했죠? 버스타는 곳까지 스쿠터로 태워줄게요."
"비오는데요?"
"괜찮아요~"
비 맞는 여행은 힘들다
쾌적한 버스 여행을 기대했지만 탑승하기 전부터 비를 맞아 영 찝찝하다. 그런데 버스기사 아저씨도 유난히 불친절하고 담배도 많이 태우고 맘에 안든다. 거기다 버스가 상태가 안 좋은지 영 속도를 못낸다. 그러다가 결국 중간에 멈춰서더니 한참을 고친다. 차가 섰는데 뺀치 하나 들고 왔다갔다 한다고 뭐가 고쳐지겠나 싶지만 기사아저씨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이런저런걸 만져보는 것 같다. 다른 버스가 오거나 차 고치는 사람이 올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런건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 다시 시동이 걸리고 버스가 출발했는데 차가 고속도로에서도 40킬로 정도 밖에 속도를 못낸다. 11시반에 버스를 탔으니 쿤밍에 4~5시 정도에는 도착하겠지 싶었는데 7시가 다되어도 버스에서 내리지 못했다.
고쳐보려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나보다
결국 버스는 쿤밍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지 못하고, 터미널 가는 길 굴다리를 지나기 전에 모든 승객에게 내려달라고 했다. 이게 무슨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 근처도 아니고,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온지 얼마 안된 시외곽 지역이라 아주 난감했다.
여긴 도대체 어디냐
시간도 늦어지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내리게 되어 짜증나기도 했지만, 저런 고장난 버스에서 내리지 못하고 몇시간 동안 타고 있어야했다는 것이 조금 아찔하기도 했다. 아무튼 어디인지도 모르고 말도 안통하고 택시도 없는 곳에서 배낭 짊어지고 헤매고 있자니 짜증이 절로 났다. 배낭매고 헤매고 있으면 눈탱이를 치려고 하던지 도와주려고 하던지 사람들이 와서 관심을 보이기 마련인데, 여기는 뭐 그런 사람도 잘 보이지 않는 애매한 곳이었다. '우리 여기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어요' 라는 신호를 온몸으로 뿌리고 있는 와중 어떤 승용차가 다가오더니 창문이 내려간다.
"어디가요?"
"쿤밍유스호스텔이요."
"(지도를 찾아보더니) 30위안?"
"30위안? 안가요"
대충 차안을 보니 아저씨는 우버 비슷한거 기사로 일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30위안을 거절하면 네고가 들어올 줄 알고 그냥 걸었는데 네고가 안된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 그냥 30위안 주고 탈걸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가 차를 끌고 우리한테 오고 있다. 결국 30위안이나 주고 예약한 호스텔로 갔다.
숙소에 도착하기전에 이미 밖은 어둑어둑해졌고, 체크인하고 가방만 내려놨는데 이미 깜깜하다. 호스텔 리셉션에서 주변 관광지 (석림, 구향동굴 등) 가는 방법을 물어보며 계획을 짜고 있는데 한국인을 만났다. 청두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는 '황보'라는 친구였는데 자기도 내일 석림간다고 해서 내일 같이 가기로 했다.
다같이 간단하게 저녁먹고 쿤밍시내에 있는 취후공원을 산책했다. 날씨가 좀 괜찮나 싶었는데 밤이 되니 또 비가왔다. 오늘 피곤해서 좀 눌러쉬고 싶은데 내일은 아침일찍 바쁘게 나서야 한다.
쿤밍 취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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