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1일
귀주성에 가고자 계획을 짤 때, 황과수 폭포도 가보자고 했는데 결국 포기했다. 내일 구이양에서 란저우 가는 비행기를 타는데 일정도 타이트하고, 싱이에서 황과수 폭포 바로 가는 버스도 없는 것 같다. 세계 3대 폭포 - 빅토리아, 나이아가라, 이과수 - 에 이은 4대 폭포라고 하던데, 4대 폭포 치곤 너무 안 유명한 것이 아닌지 약간의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명승지마다 붙는 과장 심한 미사여구들에 대한 의심도 생겨 결국 황과수 폭포는 탈락.
아침에 일어나 다시 만봉림을 보러 아침부터 나섰다. 만봉림 입장권, 정확히 말하자면 만봉림을 마주하는 앞산의 입장권을 끊고 가벼운 산책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기 카트를 승차권까지 사서 크게 한바퀴 도는데 우리는 가볍게 걸어갈 수 있는 곳 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보고 싶었던 팔괘전의 뷰포인트까지는 걸어서 갈만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어제 자전거타고 돌아볼 때와 뷰가 다르다.
이 곳이 팔괘전인데..
숙소 돌아와 짐을 챙기고 다시 버스터미널로 갔다. 싱이에서 구이양으로 가는 버스는 자주 있어서, 다행이도 터미널에서 기다리는 시간없이 바로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구이양으로 가는 길, 버스 밖을 보니 여기 저기 다 만봉림처럼 작은 봉우리들이 솟아있다. 이 지역 봉우리들 다 세어보면 진짜 만개 정도는 될 것 같다.
구이양까지는 비교적 멀지 않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대여섯시간은 걸렸다. 중국 군것질거리도 조금씩 익숙해져서 휴게소에서 이것저것 시도도 해본다. (멸치같은게 술안주같고 맛있다.)
다양한 시도
구이양에 도착. 구이양은 버스터미널이 시내에서 제법 멀다. 버스 내리자마자 나라시 기사들이 사람 정신 없게 호객을 한다. 다른 사람들 따라 가니 바로 옆에 시내버스 타는 곳이 있어 우리도 시내버스를 타고 가려 줄을 섰다.
시내버스타고 한시간 정도 달려 구이양역이 있는 중심지에 도착했다. 구이양역에 내려 지도에 몇개 찍어둔 숙소들을 찾아 걸어보는데 땀을 뻘뻘흘리며 걸어가도 보이질 않는다. 찾아가봐도 그냥 주택가 같고, 말은 안통하고. 예약을 미리했으면 오히려 더 난감할 뻔 했다. 배낭을 매고 계속 해매고 있자니 힘은 들고 날은 점점 어두워져서 큰 길에 보이는 깔끔한 숙소 - 한국으로 치면 모텔 정도 될 것 같은 곳에 가보니 400위안을 달라고 한다. 그냥 묵을까 싶다가도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그냥 나왔는데, 100위안짜리 방이 있다는 아줌마를 따라 방을 보러 가봤다. 숙소를 가보니 조금 구리긴 하지만 어차피 잠만 자고 나갈건데 하는 생각에 짐만 풀어놓고 야시장으로 갔다.
길거리에 포장마차가 가득하고 어떤 곳은 장사가 너무 잘되는지 서있을 곳도 없었다. 우리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테이블들을 보니 거나한 해산물 요리들이 많고 어떻게 주문해야할지도 몰라서 조금 걷다가 만만한 꼬치구이집에 갔다.
이것저것 시켜먹고 맥주도 한잔하고 숙소로 돌아와, 불을 딱 켰는데 손가락 두개 붙혀놓은 크기의 바퀴벌레가 배낭에 앉아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냥 때려 잡기도 너무 부담스러운 크기, 주인 아줌마를 찾아갔다.
"아줌마, 방 좀 바꿔주세요. 졸라 큰 바퀴벌레가 나왔어요."
"바퀴벌레 그거 그냥 때려잡으면 되지."
"아줌마가 잡으시고, 우리는 옆 방으로 바꿔주세요."
"그래요. 하이고 한국사람들 유난은"
벌레가 나올 것 같다
옆방이라고 뭐가 다르겠냐만 일단 방을 옮겼다. 아까 처음 왔을 땐 '그냥 하루 묵고 가지 뭐' 했던 방이 지금 다시 보니 너무나 더럽다. 화장실도 너무 더럽고 금방이라도 쥐 한마리가 나올 것 같은게, 꼭 영화 황해에 나올 것 같은 방이었다. 우리는 모기향을 치고, 바퀴벌레가 밖으로 나올까 싶어 불을 켜놓고 자는듯 마는듯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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